대한민국 형법의 변천사: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탱하는 기둥, '형법(刑法)'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대한민국의 형법은 고대 국가의 관습법에서 시작해 조선의 유교 법치, 그리고 아픈 역사인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범죄와 처벌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 주요 흐름을 정리해 드립니다.


1. 고대 ~ 삼국시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초기 국가 시대에는 성문법보다는 관습법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엄격한 응보주의(Retributivism)였습니다.

  • 고조선 (8조법):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 "도둑질한 자는 노비로 삼는다" 등 생명과 노동력, 사유재산을 중시했습니다.
  • 부여 (1책 12법): 물건을 훔치면 12배로 배상하게 하는 등 엄격한 법률이 존재했습니다.
  • 삼국시대: 중국의 율령 체계를 받아들여 점차 체계화되었으며, 전쟁 기피나 반역에 대해 엄벌에 처했습니다.

2. 고려시대: 당률의 모방과 불교의 자비

고려는 당나라의 법률(당률)을 모방하면서도 고려만의 독자적인 관습법(71조의 실형법 등)을 함께 운용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불교의 영향입니다. 살생을 금기시하는 문화 때문에 사형 집행에 신중을 기하거나, 특정일에는 형 집행을 금지하는 등 종교적 색채가 법 집행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3. 조선시대: 유교적 법치주의의 완성

조선은 '대명률(명나라 형법)'을 기본으로 하되, 조선의 실정에 맞게 편찬된 최고의 법전 <경국대전>을 통해 법치주의를 꽃피웠습니다.

  • 강상죄 처벌: 유교 이념에 따라 효(孝)와 충(忠)을 어기는 범죄를 가장 무겁게 다스렸습니다.
  • 연좌제: 반역 등의 중죄는 가족까지 처벌하는 연좌제가 적용되었습니다.
  • 사법 절차의 발달: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신문고' 제도나, 사형수에 대한 '삼심제' 등 인권을 보호하려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4. 개항기 ~ 일제강점기: 근대법의 도입과 시련

19세기 말 갑오개혁을 통해 고문과 연좌제가 폐지되는 등 근대적 사법 개혁이 시작되었습니다. 1905년에는 최초의 근대적 형법전인 '형법대전'이 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1910~1945)에는 일본의 형법이 그대로 적용(의용)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법은 식민 통치와 독립운동 탄압의 수단('치안유지법' 등)으로 악용되는 아픈 역사를 남겼습니다.

5. 1953년: 대한민국 형법의 제정

광복 후 미군정 시기를 거쳐, 1953년 9월 18일 드디어 대한민국 독자적인 형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는 일본의 법률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제정 당시의 급박한 상황으로 인해 일본 형법의 영향이 일부 남아있었고, 한자어가 많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6. 현대 (1995년 ~ 현재): 인권과 변화의 바람

1953년 제정 이후, 사회 변화와 인권 의식 향상에 맞춰 형법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 1995년 대개정: 어려운 한자어를 한글로 순화하고, 컴퓨터 범죄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 2013년 성범죄 개정: 성범죄의 대상을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남성 피해자 인정)하고,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었던 '친고죄'를 전면 폐지했습니다.
  • 2015년 간통죄 폐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져 폐지되었습니다.
  • 최근의 흐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디지털 성범죄(N번방 방지법) 강화, 스토킹 처벌법 제정 등 피해자 보호와 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마치며

형법의 변천사를 보면 그 시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가의 기강과 유교적 도덕이 중심이었다면, 현대는 개인의 인권과 피해자의 보호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형법이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